다소 코믹스러울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데뷔앨범이지만 동요, 트롯, 만화영화 주제곡같은 락커들이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비주류 영역에 눈을 돌려 독자적인 수정, 보완을 가해 스래쉬 메틀로 탈장르화 시킨 업적은 정말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특히 "얼레리 꼴레리"에서처럼 평서문(얼레리 꼴레리)에서 의문문(약오르지?), 다시 의문문(약오를껄?)에서 왜곡된 명령문(약올라라!)으로 전환되는 허무한 가사 전개는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시도였었다.
그리고 한 때 매니아들사이에서 자주 애창됐었던 "원숭이 엉덩이"와 "울릉도 트위스트", "부채도사와 목포의 눈물"의 헤비메틀 버전은 리메이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으로 아직까지도 노래방에서 간헐적으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곡들이다.
또한 코믹과 엽기의 자극성 이외에도 "풀빛 생각이 고와 수정처럼 맑은 사슴눈을 가져서 좋겠네 소년은"과 "너를 바라보며", 그리고 "개구리 왕눈이"의 리메이크 버전에서처럼 특유의 한국적 정서도 잘 소화해낸다.
그러나 우울하고 슬프게 들려야 할 "개구리 왕눈이"앞에선 웃음을 감출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_-;;
그 외에도 주윤발, 장국영이라는 희대의 홍콩 느와르 배우들이 주연했던 '영웅본색'을 패러디한 전형적인 스래쉬 메틀 트랙 "인간본색"과 현란한 베이스 초핑이 인상적인 "귀신타령"도 쉽게 지나칠 수 없던 트랙들이다.
혹자들에겐 그냥 웃고 넘길 '삼류 패러디 앨범'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패러디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13년전에 발매된 이 앨범이 갖는 의미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닐 듯 싶다.
지금도 충분히 척박하지만 더더욱 암울했을 당시의 언더그라운드에도 이처럼 유쾌한 음악적 시도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