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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이스카우트 회관에서 ‘보복과 부역, 항쟁의 KBS-진미위 흑서 쟁투의 기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KBS 관계자들이 흑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민노총 언론노조 산하 KBS 본부노조는 KBS를 장악한 뒤 ‘진실과 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를 만들어 파업에 불참한 동료 기자들을 괴롭혔다. 이런 진미위의 행패 사례를 담은 흑서가 출간됐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옆 보이스카우트 빌딩에서는 ‘보복과 부역, 항쟁의 KBS ? 진미위 흑서, 쟁투의 기록’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기념회에 참석한 내외빈들은 이제라도 KBS 진미위의 행태를 담은 흑서가 발간된 것을 축하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KBS 본부노조 파업 141일 만에 물러났던 고대영 전 사장도 이날 기념회에 참석했다. 고대영 전 사장은 흑서 출판을 축하하면서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게 굉장히 슬프다"며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런 기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권 아래의 KBS는 ‘진실과 미래’라는 명목으로 동료와 선배를 괴롭히고 모욕했다"며 "무리 지어 달려드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 후배들이 겪었을 분노와 비통과 좌절감과 모욕감은 말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전 사장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MBC에서 물러났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은 "진미위와 똑같은 게 MBC 정상화 위원회라는 게 있었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자리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언론노조가 고발한 노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다"고 밝힌 김장겸 전 사장은 KBS 진미위와 MBC 정상화위를 가리켜 "이게 조직폭력배하고 뭐가 다르냐? 인민위원회하고 뭐가 다르냐"며 "이런 행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그러진 거울을 똑바로 펴는 작업을 꿋꿋이 계속하시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마쳤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 중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축전을 보냈다. 김기현 의원은 "KBS 노조의 진미위 쟁투 기록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장막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오신 KBS 노조 조합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의 폐해라는 지적이었다. 이어 김 의원은 "무엇보다 아직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피해자분들께서 아픈 상처를 추스를 수 있으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은 축전을 통해 "적폐 청산 명분으로 만든 진미위는 KBS의 많은 직원에게 상처를 입혔고 역사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흑서 출간을 통해 진실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KBS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한 흑서는 진미위가 파업 불참 기자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당시 KBS본부노조에 반대했던 기자들이 어떻게 투쟁했는지 등의 사례를 담고 있다. 진미위는 후배를 시켜 선배를 모욕하고, ‘직장 질서 문란’이라는 사규에도 없는 규정을 들이대며 파업 불참 기자들에게 각종 징계를 부과했다. 당시 진미위에게 조사를 받은 한 기자는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 사장 밑에서 간부로 일했거나 당시 사장을 몰아내려던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직원들은 예외 없이 진미위 조사 대상이었다"며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회복은 진미위의 합법성을 가장하려는 명분일 뿐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본부노조에 동조하지 않은 간부들에 대한 보복이 (진미위 활동의) 진짜 목적이라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흑서는 지난 2월 14일부터 교보문고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KBS 진미위 흑서 발간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 등에서 구매에 나서 판매 일주일 만에 교보문고 노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이 KBS 노조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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