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LA에서 결성된 4인조 그룹 피어 팩토리는 '소음의 미학' 인더스트리얼과 무자비한 데스 메탈을 조화시킨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이다. 그들은 1980년대 후반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융기했던 데스 메탈을 기반으로 그 위에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er)가 이끄는 원 맨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와 앨 주건슨(Al Jourgensen)의 프로젝트 미니스트리(Ministry)의 인더스트리얼 방법론을 받아들였다.
특히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기타 리프를 사용한 미니스트리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앨 주건슨은 샘플러와 신시사이저로 사운드를 주조해내던 기존의 인더스트리얼과 달리 록(또는 메탈)에 바탕을 뒀다. 인더스트리얼과 헤비메탈의 가교 역할을 한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피어 팩토리의 음악은 변함없이 내지르고 극단으로 다다르는 데스 메탈에 식상한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1995년 2집 앨범 <Demanufacture>에 잘 담겨있다. 기계의 노이즈와 전자음, 그리고 데스 메탈의 스피드를 적절히 소화시킨 이 음반은 밴드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의 강렬한 기타 리프와 레이몬드 헤레라(Raymond Herrera)의 파워 넘치는 투 베이스 드러밍, 크리스천 올데 울버스(Christian Olde Wolbers)의 정교한 베이스, 그리고 버튼 C. 벨(Burton C. Bell)의 그로울링한 보컬은 압권이다. 타이틀 곡 'Demanufacture', 'Zero signal' 등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H-K (Hunter-Killer)'와 'Pisschrist'가 가사 때문에 심의에 걸려 라이선스 음반에는 실리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협화음을 '음악'으로 가공하는 데서 드러나듯 피어 팩토리의 기계에 대한 반감은 대단하다. 그룹의 프론트 맨이자 작사가인 벨은 1998년 세 번째 정규 작품 <Obsolete>를 내놓으며 “이 음반의 컨셉트는 폐인이 되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인간 대 기계, 인간 대 시스템, 인간 대 정부 기계 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 산업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언급했다.
그는 또한 “인간은 삶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든다. 하지만 바로 그 기계에 의해 몰락한다. 기계는 지금 인류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시민이 아니다”며 문명의 이기 테크놀로지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1970년대 영국에서 스로빙 그리슬(Throbbing Gristle), 카바레 볼테르(Cabaret Voltaire)에 의해 정립된 인더스트리얼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피어 팩토리는 인더스트리얼의 메탈화와 함께 테크노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1992년 데뷔작 <Soul Of A New Machine>을 발표한 이듬해 리믹스 버전인 미니 앨범 <Fear Is The MindKiller>를 내놓았다. 1997년에는 2집의 테크노 리믹스 앨범 <Remanufacture>를 공개하는 등 인더스트리얼의 테크노적 접근을 시도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방식과 동일하다(트렌트 레즈너도 앨범마다 리믹스 버전을 낸다).
또한 1999년에는 '뉴 웨이브의 대표 주자' 게리 뉴만(Gary Newman)의 명곡 'Cars'를 재해석하여 인기를 끌었다. 게리 뉴만도 뮤직 비디오에 까메오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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