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詩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드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시집 뒷면에 안치환이 쓴 시집 평.
정지원? 그가 자신의 첫 시집을 갖기 전에 그의 시를 읽었다. 우연히. 행운이었다.
나에겐. 훗날 알게 된 그는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그보다 훨씬 크고, 넓고 깊은 그녀였다.
나는 그의 시를 노래로 엮는 일에 여전히 매력을 느낀다. 예민하게 흔들리는 순정한 젊음,
뒤틀린 세상에 대한 가차없는 분노,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그 사람의 시세상에 흠뻑 빠져볼 일이다.
내가 좋아하며 자주 부르는 노래에 대한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시집을 통해 잠시나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이 시집을 챙겨갖고 출근해야겠다.
이제 한숨 자야겠다. ㅎㅎㅎ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치환의 노래와 김광석의 노래는 십수년 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들.
곡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 주관적인 감정이나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들은 결코 아님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