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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spia |
2019-07-04 오전 6:4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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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듣기 스마트폰저장
김광석이 초기에 불렀던 '거리에서'부터 '나의 노래', '그날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같은 주옥 같은 노래들이 무대 위에서 재현될 때 우리는 우리의 지나간 시간동안 김광석의 노래가 얼마나 가깝고 깊게 우리 삶에 함께 하고 있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기뻐하고, 방황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군대에 가고, 나이 들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의 노래는 한번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몰아서 듣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젊은 날의 시간과 무게, 그리고 김광석 노래의 가치가 21곡의 김광석 노래와 함께 온전히 살아나는 것이다. 공연 내내 뿐만 아니라 공연이 끝난 뒤에도 김광석의 노래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처럼 김광석의 노래에 집중하게 하는 연출은 주인공 풍세 역으로 더불 캐스팅 된 뮤지션 박창근의 뛰어난 보컬로 설득력을 얻는다. 여러 장의 음반을 낸 싱어송라이터인 박창근은 극에서 풋풋하고 진정성 넘치는 열창으로 김광석 음악의 정수를 온전히 전달해낸다. 극중 각각의 인물들이 부르는 김광석 노래는 다양하게 확장되는 재미가 있고,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박정권의 연기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잠시라도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리움과 노래의 감동에 빠져들게 하는 순수한 작품이다.
김광석은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들국화는 다시 만날 수 있다. 4월 4일부터 14일까지 인터파크 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들국화 콘서트 '다시, 행진'은 들국화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두 번이나 1위로 뽑힌 들국화 음악의 힘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러나 들국화는 들국화로 존재했던 시간보다 들국화를 그리워하게 한 시간이 더 길었다. 팀이 해체하고, 각자의 솔로 활동이 이어지고, 전인권의 방황이 이어지는 시간은 들국화를 들으며 성장했던 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실감을 주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지난 해 들국화가 재결성해서 다시 단독 공연을 펼치고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 예전 같은 전인권의 보컬을 확인하고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에게 들국화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처음 느낀 음악의 강렬한 감동이었고, 젊은 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행진'이 없고 '그것만이 내 세상'이 없었던 80년대는 얼마나 적막했겠는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들국화의 현현(顯現)은 들국화를 처음 들었던 시간으로부터 들국화의 노래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까지 이어진 감동과 안타까움에 대한 실로 믿을 수 없는 보상이었다.
'다시, 행진' 콘서트에서 들국화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누이처럼 원숙한 모습으로 공연을 펼쳤다. '행진', '매일 그대와', '사랑일뿐이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랑한 후에', '그것만이 내 세상', '제발'을 비롯한 들국화의 명곡들이 카리스마 넘치는 전인권의 보컬과 주찬권의 파워 넘치는 드러밍으로 재현될 때 객석을 가득 메운 중년의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답했다. 전인권의 보컬은 릴레이 공연을 위해 다소 절제되었지만 전성기 못지 않았고 주찬권의 드러밍 역시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무대 위의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던 것도 흐뭇했다.
그리고 기존 발표곡들만이 아니라 여러 곡의 신곡을 발표해서 들려주고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국화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신곡은 들국화스러운 록킹함과 한국적인 질감이 배어나오는 곡이어서 새 앨범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밴드의 사운드에서 전인권과 주찬권을 제외한 세션맨들의 사운드는 존재감이 없었고 들국화만의 사운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조덕환과 허성욱의 빈 자리가 사무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공연에서 들려준 사운드가 일관되지 못하고 록과 팝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오랜 공백이 쉽게 채워지지는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전설로만 남아 있지 않고 기꺼이 오늘의 뮤지션으로 함께 하려는 열정은 소중한 것이었다. 다시 볼 수만 있어도 좋았겠다 싶었던 마음이 이제는 예전 같은 명곡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수도 있겠지만 들국화에게 그만큼의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사실 어느 밴드의 사운드도 단숨에 완성되지 않듯 새로 출발한 들국화의 사운드 역시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새로운 들국화에게는 새로운 시간과 응원이 필요하다. 전인권의 약속처럼 가요계를 뒤집어 엎지는 못하더라도 20년 뒤에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또 다른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 전설의 들국화가 아니라 현재의 들국화를 위한 기립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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