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닉 블랙메탈밴드 딤무보르기르의 1996년작 앨범인 스톰블라스트를
2005년도에 재녹음판으로 다시 낸 것이다.
이 앨범의 내용물에는 샤그라스와 실레노즈가 이 앨범의 재녹음판에 대한 글을 써놓은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원작인 2집 앨범은 그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미완성된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소 형편이 나아진 지금에 와서 다소 미숙한 자신들의 과거 창작물에 지금의 자신들의 보다 늘어난 실력과 아이디어를 첨가하여 만들면 더 낫겠구나 싶은 마음에 이 재녹음반을 낸 듯 싶다.
물론 시도에 걸맞게 아주 훌륭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원작의 서정적인 사운드에 후기 딤무보르기르의 알차고 웅장한 사운드가 결합된 앨범으로 원작보다 더욱 빵빵한 구성을 들려준다. 원작이 마치 비바람 몰아치는 어느 밤에 바위섬 위의 눅눅하고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촛불하나 켜놓고 혼자 구시렁대며 마법의식같은걸 하고있는 느낌이라면, 이 재녹음판은 벼락치고 비바람 몰아치는 밤중의 어느 대성당에서 촛불을 666개 켜놓고 로브를 쓴 신도들과 함께 사탄강림의식 뭐 그런걸 하는듯한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위압적인 느낌.
물론 아까 말했다시피 웅장하고 알찬 느낌은 좋은 편이지만, 다소 그 점때문에 전작의 영롱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다소 죽은 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는건 사실이다. 이 재녹음반을 좋아하지 않고 원작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점에 기인하지않나 싶다. 사람은 무조건 크고 웅장한것보다는 때로는 소박하고 아늑한 걸 더 좋아할 때가 있는법이다.
원작에서는 1번 트랙인 Alt Lys Er Svunnet Hen은 전주 부분에서 꽤나 분위기있는 피아노전주로 시작하는데, 재녹음판에서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또한 원작의 4번트랙 Sorgens Kammer은 서정적인 피아노 인스트루멘탈 트랙인데, 이 재녹음판에서는 Sorgens Kammer - Del II라는 이름으로 아주 다른 곡을 써서 만들었는데, 뭐 나쁘진 않다. 그런데 원곡은 어디로? 좀 씁쓸하다.
이 앨범에서는 보너스 트랙으로 11번 트랙인 Avmaktslave가 있는데, 원래 앨범의 몇 곡들을 섞어 만든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냥 들으면 나쁘진 않지만 뭔가 찝찝한 느낌이다.
딤무보르기르의 2집 원작의 서정적인 맛과 후기의 빵빵한 사운드의 융합을 들어보고 싶다면 추천.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다.
p.s
블로그 지인의 말을 통해 들어보니 원작의 4번트랙인 Sorgens Kammer가 이 리레코딩판에서 전혀다른곡으로 바꿔놓은것은
원곡이 과거 딤무보르기르에서 키보드 뚜드리던 김법사양반 Stian Aarstad 가 멋대로 Agony라는 게임의 OST를 도용해다가 써먹은거라 한다. 물론 재녹음판이 나오면서 저작권어쩌구 하는건 당연히 나왔고, 더이상 못써먹으니 생판 새로운 곡으로 갈아끼운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