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음악장르나 실험이 당대에 대중적 조명을 받은 사례는 별로 없다. 이는 대중음악 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시대를 앞선 선구적 시도는 당대에는 혹평과 무관심으로 방치되기 일쑤다. 경험한 적이 없는 생소한 작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수 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당대에 평가받지 못했다 해도 가치 있는 작업은 후대에 의해서 반듯이 재조명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아트 록'이라 평가받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과 록의 접목을 시도한 일종의 크로스오버 음악이다.
처음 시도되었을 당시엔 '클래식도 록도 아닌 어정쩡한 음악'으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애호가들이 급증하고 있는 장르다.
그런 점에서 신중현과 양희은의 음악작업은 시사적이다. 두 사람이 함께 음악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다. 포크와 록은 여러모로 이질적인 질감의 음악장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어떤 선구적 음악을 시도했을까? 혹 사이키 포크라는 장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미 헨드릭스로 대변되는 환각적인 사이키델릭 록과 맑은 감성의 포크가 크로스오버된 음악 말이다.
사이키 포크는 포괄적 개념인 포크 록 보다 더 전문적인 장르다.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이 장르는 영미권에서는 활발하게 실험되었던 진보적 음악장르였다.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분야다.
양희은과 신중현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사이키 포크음악을 시도했던 선구자들이다. 물론 시대를 앞서간 음악이었기에 당대에는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양희은의 음반 중에는 화려한 문양의 디자인이 인상적인 진귀한 앨범이 한 장 있다. 1972년에 발표된 '당신의 꿈' 음반이다.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재킷 디자인과 음악을 담은 앨범은 한국 최초의 사이키 포크 앨범이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한국대중음악의 대표적 희귀음반으로 평가된다. 사이키 포크의 진수는 1면에 담겨있다. 타이틀 '당신의 꿈'을 비롯해 '풀들의 이야기', '길', 나도 몰래', '고운 마음' 등 5곡은 신중현의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양희은의 맑은 목소리와 만나 어떻게 환상적으로 화학작용 했는지를 들려준다.
2면은 조동진의 '작은배',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 서유석의 '하늘', 김광희의 '빈자리', '가난한 마음' 같은 포크의 명곡들로 채워져 있다.
신중현사단의 여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창법이 비슷하다. 신중현은 자신이 관리한 모든 가수에게 창법지도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양희은의 창법엔 신중현의 색깔이 없다.
신중현은 맑은 음색의 양희은 창법 원형질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자신의 사이키델릭 록을 접목하는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 바람에 이 앨범은 기존에 발표된 신중현 특유의 환각적인 사이키델릭과는 차별되는 맑고 투명한 감성의 사이키 포크를 담고 있다.
이 앨범에는 흥미로운 2곡을 들어있다. 먼저 한대수의 명곡 '행복의 나라'가 최초로 수록한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1968년에 이미 노래를 발표했던 한대수는 양희은이 취입한 이 노래를 통해 작곡가로 인지도를 먼저 획득했다.
한대수 자신은 1974년에야 노래를 취입했다. 또한 한국 사이키델릭의 여제로 평가받는 김정미의 '나도 몰래'도 실은 양희은이 먼저 취입한 곡임을 이 앨범은 증명한다.
킹박 즉 킹레코드 박성배사장은 반듯이 언급해야 될 인물이다. 그는 양희은의 데뷔곡 '아침이슬'부터 대부분의 음반을 제작한 인물이다. 신중현 또한 마찬가지다.
세 사람의 만남은 그들 개인적으로는 악연일 수도 있지만 한국대중음악으로서는 축복이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사이키 포크 트랙을 담은 이 앨범은 전혀 대중적 조명을 받질 못했다.
어느 제작자가 팔리지 않을 음반에 거액을 들이겠는가. 킹박은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음악적 실험에 제작비를 투자한 제작자였다. 그의 과감한 기획이 있었기에 한국 최초의 사이키 포크 앨범 탄생은 가능했다. -옮긴글- 당신의 꿈/양희은 신중현 작사.작곡/신중현과 더맨 연주 꽃잎이 여울따라 흘러가듯이
그리운 그 시절로 흘러가겠네
별들이 모여 사는 사랑의 나라로
여울처럼 찾아가리
당신의 고운 꿈길에
둘이 서서 마주 웃으리
*낙엽이 바람따라 돌아가듯이
영원한 그 곳으로 돌아가겠네
비둘기 나래 접는 사랑의 집으로
바람처럼 찾아가리
당신의 고운 꿈길에 마주 웃으리
둘이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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